각종 시험준비생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출범
“수험생의 목소리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전달할 것”
이재명 “스펙 아닌 능력으로 평가 받는 사회 돼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라는 기치 아래 유권자로서 수험생들의 목소리를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결성된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가 28일 노량진 공무원학원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의장 안진섭, 이하 수험생연대)는 사법시험, 행정고시, 임용고시, 7·9급 공무원시험, 경찰공무원시험,
대학입시까지 아우르는 수험생 단체다. 

이들은 “수험생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나 소속이 없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현실, 꿈을 이루기 위해 거쳐 가는 임시적인 지위로 인해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타개하고자 연대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가 28일
노량진 공무원시험가에서 출번식을 가졌다.
이들은 유권자로서의 수험생의 목소리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결성됐다.

수험생연대는 “그 동안 수험생들은 오락가락 하는 정책 기조와 엉뚱한 대안, 보다 심각한 문제로 원래 문제를 돌려막는
미봉책의 폐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며 “이제 맨손으로 시작하려는 청년들은 부모의 배경과 금전적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이제 과정의 존재로서 우리 자신을 긍정하고 유권자이자 주권자로서, 국가로부터 시험이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민으로서 정당한 도전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며 “보다 공정한 도전, 투명한 도전, 금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정직하게 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의 가치를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수험생연대는 △사법시험 및 행정고시의 존치 △임용고시 채점기준표 공개 및 불투명한 채용 관행 개선
△경찰공무원 채용비리 엄단 △7·9급 공채 확대 및 각종 특례·특채 축소 △대학입시에서 정시 확대 및 수시 축소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요구했다. 

이 날 출범식에서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출범식에 참여하기 위해 대전에서 상경했다는
한 7급 공무원시험 수험생은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은 나와 관련이 없는 문제이지만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며 공정한 선발제도가
사라지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행정고시를 없애고 7·9급을 더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는 하향평준화하겠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25일 시행된 5급공채 1차시험을 치렀다는 한 수험생은 ‘행시 폐지’ 논란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 ‘더미래연구소’의 보고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을 비승진경로와 승진경로로 나눠 비승진경로를 선택한 경우 승진이 차단되는 대신 더 좋은 근무여건을 제공하고
승진경로는 승진의 길을 열어두는 대신 비승진경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금수저를 위한 제도”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근무조건에 차등을 두고 승진 여부가 달린 경로를 결정하게 하는 경우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는 금수저가 승진경로를 독점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당론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모든 정책이 누군가의 메모나 지시에서 시작해 법안이
되는 것처럼 언젠가는 당론이 되고 공약이 되고 정책이 될 것”이라며 “더미래연구서의 보고서가 말하는 개편은 금수저와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수험생연대 출범식을 위한 축사를 전달했다. 이 시장은 “수험생연대의 출범 소식을 듣고 힘들게 공부한
어린시절과 대학시절이 떠올랐다”며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교복을 입고 공부를 하는 또래 학생들을 부러워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는 사법시험 및 행정고시 폐지 반대,
임용고시 채점기준 공개, 특례 및 특채 축소 등을 요구하며 유권자로서 투표에 참여하는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해 원 없이 공부를 했지만 졸업을 하면 장학금이 끊기는 상황이라 졸업 전에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했다”며 “당시 ‘내가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런데 지금은 성적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며 면접으로 뽑는데 창의력을 면접 한 시간으로 알아볼 수 없으니
결국 스펙 좋은 사람만 뽑게 되고 그 스펙을 쌓는 데는 돈이 든다”며 “어린 시절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한 것이 스펙이
되겠는가. 결국 돈 많은 사람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의견을 보였다.

공채가 줄고 특채가 확대되는 부분에 대해 지난 2010년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딸의 5급 특채 특혜 논란과 최근 물의를 빚은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인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금감원에 특혜 채용된 의혹 등을 언급하며 “사법시험은 올해 폐지되고 행정고시도
폐지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그 자리를 특채로 채우려 할 것이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수험생들을 낭인 취급하고
꿈을 빼앗아 가고, 청년들에게 창업하라고 하면서 자식들은 특채로 좋은 자리에 앉히려 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겠지만 스펙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위해 사회·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 그래야 정치가 바뀐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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